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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박범진
"이봐! 준비 됐어?"
대체 무슨 준비?
나는 순간적으로 우주복의 헬맷을 벗고 그렇게 외칠 뻔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우주 표류에 정신이 아작날 준비?
위험도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행성에 안착할 준비?
이번이 몇 번째더라. 먼저 올라간 이들에겐 진척이 있던가.
내가 이번에 올라가서 유의미한 발견을 할 가능성은?
무의미하게 죽고 귀한 자원을 낭비할 뿐일 가능성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우주에 돌입하기 전에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데.
느릿하게 심호흡을 하고 있을 무렵, 듀크가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 부담 가지지 마."
"말대로 이루어지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도 않았어."
그는 잠시 입을 닫았다. 이후 목소리를 낮춘 뒤 조용히 말을 이었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혼잣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 그렇다면 두 번째 기회는 있어.
결국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고 온갖 난리법석을 피우는 것도
결국은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삶을 유지한다면 본전은 찾은 거야. 다른 것은 그때 생각하도록 해."
우습다. 세상에 남은 모든 자원들을 쥐어짜내어 한다는 짓이
인간이라는 포유동물의 생명활동 영위를 위할 뿐이라는게.
하지만, 그 말에 정면으로 딴지를 걸진 못하는 걸 보니
결국 이 끈질긴 삶을 계속하곤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모두의 응원과 함께 우주비행선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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