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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2는 내 입 모양을 알아차렸을까
알아차렸기에 얼어붙은 채로 꼼짝 못 하는 거겠지.
평소와 같았으면 움츠러든 채 눈을 내리깔았을 텐데.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제 이름은 뭐로 지어줄 거예요?”
여자아이의 큰 입에 미소가 걸렸다.
내 헬멧을 톡톡 치며 묻는다.
“음, 프리지아.”
“프리지아?”
“응. 프리지아도 지구상에 존재했던 꽃이야.”
“예쁘게 생겼어요?”
“엄청 예쁘지. 내가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야.”
기쁜지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씩 곱씹어본다.
그래, 넌 이제 나만의 프리지아야.
앞으로는 너를 가져줄게.
그 크고 시원시원한 입을 말이야.
dt-2는 나를 여전히 쳐다보고 있다.
여자아이는 의아해하며 고갤 돌려 그를 바라본다,
“어! 저기 있다!”
여자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dt-2가 있는 탐사선 쪽으로 달려간다.
덕분에 꽃 몇 송이가 밟혔다.
dt-2는 그 아이가 달려오는 것을 보자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손을 짧게 흔든 뒤 사라졌다.
“아 뭐야. 이름 말해주고 싶었는데⋯⋯.”
프리지아.
너는 항상 그렇게 순결하게 남아주렴.
내가 계속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
스토리텔러 :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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