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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저앉아 울고 있는 릴리에게 다가갔다.
릴리는 계속해서 흐느끼고 있다.

“릴리, 괜찮아요. 내가 도와줄게요. 
일단 눈 좀 떠봐요.“

릴리는 갑자기 숨 쉬는 것도, 우는 것도 멈추었다.
여전히 땅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릴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녀의 옆에 가까이 섰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살짝 잡고 있을 때였다.

“일어나봐요⋯⋯, 윽!”

 

내 몸에
어떤 날카로운 물체가 들어왔다.

“dt-2, 너도 똑같아!”

그녀는 벌벌 떠는 손으로 내 배에 꽂힌,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어떤 흉기에서 손을 놨다. 

“너⋯⋯ 지금 뭐 하는⋯⋯”
“너희 둘은 그냥 같은 하나의 존재야. 둘이 다르지 않다고!”
“개소리야! 나는 나야⋯! 저 미친 새끼랑 같지 않다고!”

나는 배에 꽂힌 무언가를 빼내려 애쓰면서 탐사선 쪽으로 달려갔다.
qs-1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를 외치면서.

그때 뒤에서 릴 리가 나를 강하게 밀쳤다.

“어⋯, 어!”

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배에 꽂힌 그것은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

나는 고통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흔들리는 좁은 시야를 통해 보이는 것은 흐드러지는 꽃들뿐이었다.

"난 저새끼랑 달라⋯⋯⋯.

⋯, 우위라고⋯⋯."

“너희 둘은 하나야. 죽어.”

꽃들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꽃의 빛이 더욱 밝아져 자신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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