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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주원

적막만이 탐사선 내부를 감돈다.
qs-1과 dt-2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있지만, 눈을 마주치고 있지는 않는다.
dt-2는 가끔 qs-1의 미간을, 눈을, 코를, 입을 쳐다보다 말았다.

“그 입술, 수집품 이름은 내가 지어놨어”
“⋯⋯.”
“프리지아”

dt-2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아이의 이름을 qs-1이 지어줬다는 것이 미친 듯이 싫었다.

“무슨 생각으로 지어준 거지?”

dt-2는 입을 뗐다.
그의 물음에 qs-1은 웃으며 대답했다.

“예쁘잖아. 그것 뿐이야.”
“너는 왜 항상⋯⋯.”

“그 뒤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너는⋯⋯. 항상⋯⋯.

왜 꽃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거지?”

 

qs-1은 쓰고 있던 안경을 내려놓았다.
플라스틱 소리가 잠시 울렸다.

“난 꽃이 참 좋아.

꺾기가 너무도 쉽거든“

qs-1은 무얼 생각하는지 실실 웃으며 얘기했다.

“그 아이는, 건들지 마.”
“대체 무슨 소리야?”
“우리 수집품! 프리지아 말이야! 내 일 망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너는 가만히 뒷처리나 해. 넌 수집품을 도려내지도 못하잖아”
“이젠 나도⋯⋯. 보고만 있지 않겠어. 도려내려면 똑바로 도려내란 말이야!

너 때문에 내 일만 더 늘어나는 거 모르겠어? 넌 이제 내가 작업하란 대로만 해.”

qs-1이 dt-2의 멱살을 잡으려 다가오는 중에 탐사선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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