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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어. 도망치고 싶어. 말이라도 있다면 이 곳에서 끝없이 도망치고 싶다. 체력만 받쳐준다면 두 발로 영원히 뛰어도 상관없어. 이제 생각하는 것조차 지치기 시작했다.

수십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많을 것 같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다. 발자국이 지나간 길로는 온갖 나뭇가지며 키가 큰 풀들이 모두 꺾여 있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앞에 무언가가 나타난다.

가죽과 근육이 드문드문 붙은 채 뼈를 달그락거리는 그것은, 얼핏 보기에 말의 형상을 띄고 있다. 말굽 소리에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으나, 다리가 있을 곳에는 말의 네 다리 대신 열여섯 개나 되는 사람의 팔다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이내 그것은 이쪽을 보더니... ... 사람과 말의 울음을 억지로 섞어놓은 듯한 기괴한 비명을 터트리며 달려온다. 

 

"이런 씨발, 저게 뭐야!!!"

 

몸을 돌려 급하게 도망치려는 와중,

또다른 곳에서 굉음이 닥쳐온다.

 ... ... 얼굴도, 몸도 없이 오로지 수백 개의 손과 다리로만 이루어진 군집체가 쇄도한다. 그것의 움직임에는 규칙도 감정도 실려있지 않으며, 주위의 모든 것을 부수고 마치 하나의 재앙처럼 몰려온다. 나는 그것들에 밟혀 으스러지기 전 간신히 몸을 피할 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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