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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언가 어렴풋한 실루엣이 어둠 너머에서 보였다.

제발. 사람이어라. 꺼름칙한 행성의 선량한 주민이길.

제발 신이시여.

그것은 분명 사람의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신장도 우리와 비슷하고. 팔도 두 개. 다리도 두 개. 머리는 한개.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도 이쪽을 인지했는지 걸어온다.

그리고 보인 것은, 사람.

... 처럼 생긴 무언가.

가까이 오고 나서야 인지할수 있었다. 그것은 눈이 있어야 할 곳에 두 개의 입이. 입이 있어야 할 곳에 눈이 있었다.

 

코가 있어야 할 것에 귀가. 귀가 있어야 할 곳에 두 개의 코가. 무릎은 걸을 때마다 뒤가 아니라 앞으로 접히고 있었고, 팔꿈치는 뒤쪽으로 접히고 있었다.

"기도합시다." "기도합시다."

그것은 두 개의 입으로 말한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과 구역질이 치민다.


그것은 앞으로 접히는 무릎을 덜걱거리며 다가온다.

이내 입을 크게 벌리더니, 그것의 안과 밖이 뒤집힌다.

붉고 파란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살거죽이 벗겨진 인간의 형태 표면에 수많은 입이 나 있다.

 

그 입이 한번 입을 벌려 삿된 기도문을 읊을 때마다 영혼이 오염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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