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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주원
감금되고 나서 그 남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의 혼잣말은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아주 구체적이었죠.
어떨 때는 화내기도, 울기도, 초조해하기도, 기뻐하기도 했어요.
심지어 나에게 사과하기도 했죠.
“미안해요. 나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명해요.
내 발목에 감겨있는 튼튼한 끈을 울면서 잘라내려고 했던 그 모습을.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고개를 뒤로 홱 젖히며
“그렇겐 못 하지”
하며 신나게 웃던 그 모습
웃을 때 그의 침방울이 내 온몸에 튀겼어요.
'세상이 나를 한 번 더 죽이려드는구나' 하고 눈물이 났어요.
좀 특이한 점은
그 남자가
나에게 사과하는 빈도수가 잦아지더라고요.
물론 몇 분도 못 가 다시 평소처럼 돌아오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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