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 김주원
“역시. 나는 네 눈을 봐야 내가 살아있다고 느껴”
“⋯⋯.”
“나는 무엇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가장 큰 쾌락이야“
조도현.
그는 악취미를 갖고 있다.
자신이 꽂힌 신체 부위를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수집품으로 여기는 것.
그는 목표물을 정할 때, 그리고 자신이 여기는 수집품을 쟁취하기 전까지의 행동들을
딱히 똑똑하게 마련해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진지하게 수사에 임하지 않았던 그들 때문일까
그는 지금까지 총 10번의 살인을 저질렀지만 단 한 번도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살인을 위해 태어났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만해왔다.
지금까지 봐왔던 여자들의 손, 발, 다리, 팔, 상체, 머리카락, 코, 귀, 새하얀 이를 자신의 수집품 전시 공간에 들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밤길을 걷다가 예쁜 반지를 끼고 있는 여자의 손이 유독 예뻐 보여 살인을 했고,
샌들을 신은 여자의 발이 아름다워 살인했고,
민소매를 입어 가냘프게 드러난 여자의 팔이 갖고 싶어 살인했고,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의 다리가 궁금해 살인했고,
그의 코끝을 자극하는 여자의 머리카락 향을 맡고 싶어 살인했고,
육감적으로 보이는 여자의 상체를 닮고 싶어 살인했고,
그림자에 비쳐보이는 다는 여자의 코에 감탄하여 살인했고,
한눈에 들어오는 여자의 큰 바가지 귀가 신기하여 살인했고,
카페에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여자의 이가 아름다워 살인했고,
자신의 생일날을 기념하기 위해 살인을 했다.
그에겐 살인 횟수 또한 수집품, 또는 기념품 따위일 뿐이다.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되면, 그는 1~2일 만에 가져왔다.
그렇게 그에게 수집품으로 희생된 그녀들은 모두 각자 다른 곳에 버려졌다.
그녀들이 온전한 몸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가 신체 부위의 한 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의 수집품 전시 공간은 미친 듯이 춥다.
그리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