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 김주원
“개새끼⋯⋯.”
그녀, 아니 유영은 마치 자신의 살인 일화를 영웅담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는 조도현을 보며 욕을 뱉었다.
“너는 달랐어 다현아.”
“닥쳐”
“정말이야. 나는 지금까지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고 살았어.
네 눈을 보며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지.
그래서 너는 내가 가장 아끼고, 오래 걸리는 수집품 중 하나야.“
“미친 새끼⋯⋯.”
“눈은 함부로 빼낼 수가 없어. 네 눈은 역동적인 게 더욱 아름답거든.
그러니 너는 내 수집품을 위해선 없으면 안 돼. 죽어서도 안 돼.“
“닥쳐 미친 새끼야!”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봤어. 꼭 수집품이라고 시간이 멈춰 있어야 할까?
그건 아니거든. 나는 너를 죽이지 않으려고. 네 눈을 빼내지도 않을 거야.
넌 나에게 정말 소중하거든“
유영은 말문이 턱 막혔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냥 죽여⋯⋯. 미친새끼야!”
“두려움에 떠는 네 눈도 너무 아름다워!”
조도현은 그녀의 눈앞에 자신의 눈을 바짝 들이댔다.
“정말! 아름다워. 모든 상황에서의 네 눈을 바라보고 싶어.”
그녀는 정신을 잃고 싶었다.
정말 그가 자신을 죽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미쳤다. 조도현은.
“눈 떠 봐!”
그녀는 눈을 감았다. 조도현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눈을 보는 게 그의 낙이라면,
그냥 눈을 영원히 감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조도현은 억지로 그녀의 눈꺼풀을 들어 올렸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르는 조도현은 그녀의 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아아악-! 눈 뜨라고!”
그녀는 드디어 그가 자신을 죽인다는 것에 안도했다.
차라리 영원히 빛을 잃은 눈동자를 너에게 선사하리라.
그렇게 다짐하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정신을 잃을 때쯤,
그녀의 목에 감겨있는 손의 힘이 점차 풀려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내가 이 여자의 눈을 뜰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아
뭐? 네가 어떻게 할 건데? 너 같은 새끼가 할 수 있을까? 이 겁쟁이 새끼야
이 여자에게 여동생이 있어.”
유영은 눈을 번쩍 떠버렸다.
자신의 동생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조도현은 혼자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눈 떴다.
그렇게 무턱대고 화만 내지 마. 약점을 이용해야지.
멍청한 자식“
유영은 덜덜 떨렸다.
자신이 조도현의 옆에서 매일 눈을 떠야 하는 두려움보다
자신의 동생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였다.
“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 동생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
유영은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그에 대답하듯이 조도현도 미친 듯이 웃었다.
“눈이 더 선명해졌어! 재주 좋은데?”
다시금 표정이 뒤바뀌며 조도현은 말했다.
“이번엔 내가 알아서 해.
너보다 내가 더 낫다는 거,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