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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뭐야.
왜 갑자기 피가..."
스토리텔러: 박범진
헬맷을 벗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는 듯 하더니 코와 입에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통증이 이는 듯 했지만 그마저도 둔해진다. 점점 시야가 부옇게 변한다. 오히려 몸은 가려워진다.
아.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 숲 전체에 어떤 생명체도 없이 그저 식물만이 존재하는 이유를.
죽음에 이르는 미미한 포자와 가루가, 행성 전체를
완전히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수림에 불청객들을 위한 볕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아주 조용하고 치밀하며 은근한 악육강식을 종용한다. 숲속에서 해는 빠르게 진다.
우리의 새벽은 아주 길고도 잔인할 것이다.
이곳은 정착할만한 곳이 되질 않는다. 그것을 너무나 늦게 깨달았지만, 무전기 역시 포자와 꽃가루로 인해 먹통이 되기 시작해버렸다.
이곳은 오면 안 돼.
마지막 외침은 허망하게 묻혔다. 이후 둔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땅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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