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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박범진

"아아악!! 이, 이게 뭐야!!"

불안한 낌새에 벗으려던 헬맷을 그대로 두자고 결정한 찰나, 먼저 우주복을 벗은 일행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것은, 바닥에 쏟아지는 선혈과 절규.

​그는 어떻게든 다시 헬맷을 쓰려 했지만, 포자에 뒤덮힌 손은

무언가에 감염되어가듯 곪고 썩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에게 영양분을 빼앗기는 것처럼.

혹은 버섯이 피어나는 썩은 나무가 되어가는 것처럼.

지금 당장은 살아남았지만, 곤란한 것은 여전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고

포자와 가루 때문에 신호를  보낼 기계가 먹통이었으며

신호를 들은 지구와 우주선 측은, 이 행성에 자원할 사람을

뽑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문명의 재건은 둘째치더라도

​적어도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아갈 수 있도록.

허망한 개죽음으로 끝나지 않게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되리라는 미약한 희망을 품에 쥐고서 말이다.

​결국 우리는 이 행성에서 살아가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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