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탁
스토리텔러 : 김주원
qs-1과 dt-2는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한껏 몸이 경직됐다.
탐사선을 두드리는 누군가는 안에 기척이 없자 다시 한번 두드렸다.
qs-1은 외부의 카메라를 통해 ‘릴리’가 찾아왔음을 알았다.
“릴리야.”
qs-1은 더욱 긴장했다. 또 한 번 릴리의 눈이 생각났다.
“dt-2, 네가 나가봐.”
dt-2는 qs-1을 빤히 쳐다보았다가 나갈 채비를 하였다.
“흥미가 떨어진 건가?”
dt-2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탐사선에서 벗어났다.
qs-1는 그의 말에 얕게 웃다가 이를 꽉 맞물리게 다물었다.
탐사선 밖에선 릴리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은 채 dt-2를 바라보고 있다.
다가가려 하자 그녀는 탐사선을 슬쩍 보곤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dt-2는 그녀가 왜 다른 곳을 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따라가야 할 것 같음을 느꼈다.
꽃밭의 어느 지점에서 그 둘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dt-2씨⋯⋯.”
릴리는 초조해 보였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린다.
“릴리. 무슨 일 있어요?”
“그 아이에게⋯⋯. 당신이 이름을 지어준 건가요?”
“무슨? 아, 프리지아라는 이름 말하는 건가요?”
“그래요! 당신이 지어준 거냐고요!”
릴리는 크게 소리쳤다. dt-2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고함에 뒷걸음질을 쳤다.
자세히 보니, 릴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아니에요. 내가 지어준 게 아니에요. qs-1이 그 아이의 이름을 지어줬어요.
프리지아라고.“
“도와줘요⋯⋯.”
“뭘 도와달라는 거예요? 지금 무슨 말을⋯⋯”
“그 아이를 도와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릴리는 넓게 펼쳐진 꽃밭의 어딘가에서 풀썩 주저앉아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