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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박범진

"이곳에서 대기하자"

동료들에게서 생명체 활동 가능 신호가 왔지만,

우리는 행성에 정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것은 틀린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저 행성은 사람이 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람의 감은 유독 나쁜 쪽에서 잘 들어맞는 법이다.

정착을 포기하는 대신,

무인 우주선에 그들의 정착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기로 했다.

 

본래 넣어야 할 인원수별 정량보다 조금 더 넣은 것은,

우리들 자신에게 일어난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서였을지도.

​식량과 물품, 로봇, 그외 문명 재건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진

도구들을 한데 챙겨 넣고, 신호가 보내진 좌표로 우주비행선을 보낸다.

그들을 향해 기도와 축복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간다.

우리는 여전히 우주를 표류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악몽을 이어간다.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은하의 빛이, 이 선택을 비웃듯이 광채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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