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eyes, 깊은 눈
스토리텔러 : 김주원
dt-2는 짧게 목례를 한 후 그녀의 방에서 나갔다. 숫기 없는 놈.
괜히 분위기만 망치고 있어.
“릴리, 이곳은 어떤 곳이죠?”
“이곳은 hidden planet이라고 불려요. 다른 행성과 다르게 빛이 존재하지 않아요. 꽃들이 스스로 발광하는 빛을 빼면요.”
“hidden planet⋯. 행성 이름이 굉장히 단순하군요.”
릴리는 내 말을 듣자 나에게로 시선을 고정하였다. 눈이 참 깊다. 예쁘다.
“우리 존재는 단순하지 않아요.”
“무슨 말이죠?”
“우리는 각자 알 수 없는 이유로 존재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곳에 살게 된 건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것인지,
언제 죽는 것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답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존재하고 있지만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대단하지 않아요?”
“아름다워요.”
그녀는 더욱더 깊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웃는다. 이름과 걸맞게 아름답다. 백합.
나는 궁금한 것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 행성에 관한 질문이 아닌, 릴리에 대한 질문을 말이다.
hidden planet보다는 릴리,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더 가득했다.
릴리는 불편한 기색 없이 내 질문에 대해 최고의 답을 해주었다.
“이제는 내가 질문해도 되나요?”
“너무 저만 질문했나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행성 탐사가 아니라 당신은 나를 탐사하러 온 것 같군요.”
“당신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하긴 했죠.”
“흠, 당신은 지구에서 어떤 사람이었죠?”
문득 나에 관해 묻는 그녀로 인해 기분이 불쾌해졌다. 나를 알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저 말. 굉장히 듣기 싫다.
말해주고 싶지 않다.
“저는 최대한 당신의 질문에 답을 해줬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네요.”
“미안해요. 답하기 싫군요.”
“지구에서 잘못을 저지른 적이 많나요?”
“나에 대해 잘 모른다면 넘겨짚지 않는 게 당신에게 좋을 거예요.”
순식간에 따뜻하다고 느껴졌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깊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눈이 기분 나쁘다.
알고자 하는 눈빛이 아니라.
어, 저 눈빛은.
나를 알고 있다는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