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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y, 릴리

스토리텔러 : 김주원

“지구의 이야기는 들었어요. 굉장히 상황이 좋지 않다고요.”

여자가 안내한 곳은 자신의 집이었다. 지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qs-1은 흔쾌히 수락했지만 dt-2은 그렇지 않았다. 

 

“우린 너무 탐사를 미친 듯이 했어. 하루만 쉬자구.”
“지금 행성 놈들이랑 시시덕거릴 때가 아니야.
지구 이야기를 많이 해봤자 좋을 거 없다고.”
“dt-2, 조금 쉴 줄도 알지 그래. 대화하면서 정보를 얻을 생각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안 하는 건가?”
“말하는 본새하고는.”

 

qs-1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dt-2은 한발 물러섰다.

졌다는 감정에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 화가 났다. 

       “지금 난리 났죠. 다들 살기 위해 우리만 바라보고 있어요. 제발 살 수 있는 행성을 찾기를, 하면서.”
       “언젠가 지구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쉽네요.”
       “원래 참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말이죠.”

 

dt-2는 qs-1과 그녀의 대화를 예의주시했다. 혹시나, 쓸데없는 소리를 qs-1가 떠들어 댈까 봐 서였다.

헛소리한다면, 당장 본부에 신고하리라 생각했다. qs-1은 dt-2가 좋아할 수 없는 놈 중 하나였다.

팀으로서 협조를 안 하기 때문이었다.

       “이름이 뭔가요? 당신은”
       “Lily (릴리) 예요.”
       “릴리⋯⋯. 예쁜 이름이네요.”
       “지구인들에게도 통하는 이름인가요?”

 

그녀의 이름에 관한 질문을 던진건 dt-2였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

릴리를 듣자마자 백합을 떠올렸다. 백합을 lily라고 불렀던가 ⋯⋯.

 

       “지구에서는 백합으로 통하죠.”
       “백합이라는 건 뭔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꽃 중 하납니다. 매우 아름답죠.”
       “실제로 직접 보고 싶군요.”
       “이제는 저도 볼 수 없게 됐답니다.”

 qs-1은 싱겁게 웃었다. dt-2는 릴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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