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존재
스토리텔러 : 김주원
“탐사선 소개시켜 줘요!”
“안 돼.”
“아 왜요! 지구의 탐사선 내부는 어떤지 궁금하다고요.”
“비밀이야.”
내 팔을 붙잡고는 떼를 쓴다. 지구인이라 가정한다면, 아마 말을 더럽게 안 듣는 학생쯤이려나.
“여기는 몇 명이나 사니?”
“collection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얼마 되지 않아요. 12컬렉션 정도.”
“뭐? 그러니까 너와 같은 생명체가 12명밖에 없다고?”
“네. 얼마 없죠? 다른 행성들은 말도 못하게 다양한 것들이 산다던데.”
12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행성. 인간이 만일 이 행성에 정착하게 된다면, 이 12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해보았다. 같이 그들을 포용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지구에는 몇 명이 살죠?”
“이젠 의미 없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멸망으로 인해 죽었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
“무서워요. 이 행성도 언젠간 사라질텐데.”
“너는 어떻게 존재하게 된거지?”
“존재⋯⋯. 나도 몰라요. 어느 샌가 눈 떠보니 여기야.”
“너는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런 거 몰라요. 내가 존재하기 시작했을 때, 난 계속 이 나이에 이 모습이었죠.”
“너만 모르는 거니?”
“다들 몰라요. 아, 릴리는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어요. 하지만 묻지는 않았어.”
“왜 묻지 않았지?”
“우리는 어떻게 존재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혀요. 왜 그런지도 알 수 없어.
그래서 나는 내가 존재하는 게 맞는 것인가 한참을 고민했었죠.”
dt-2는 소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이 행성에 살아가고 있는 12명의 공통점인 듯했다.
지구와 비슷한 듯하지만, 본질에서 굉장히 달랐다.
이렇게 지구와 다른 곳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