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송이의 소녀
스토리텔러 : 김주원
나오자 반겨주는 건 검붉은 하늘, 그리고 인위적인 빛이었다.
이쪽 행성에 사는 생명체들은 왜 굳이 인간처럼 눈이 달렸을까 생각해보았다.
‘이 검붉은 하늘에서도 아름다운 무언가가 존재하기에, 그래서 눈이 퇴화하지 않은 걸까?’ 하고 생각했다.
이 행성은 꽃이 참 많다. 그녀의 집 주변만 꽃이 가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dt-2가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무조건 꽃이 펼쳐져 있다.
꽃은, 눈 부신 빛을 뿜어내며 가만히 서 있다. 꽃밭에 우뚝 서 있는 자신은 결코 아름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지구인이다!”
지구상의 나이로 17~19살 정도 돼 보이는 소녀가 외쳤다. dt-2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조용히 하라고요?”
“응?”
“손 흔들었잖아요. 아, 지구에서는 다른 의미?”
아무래도 지구에서는 손 인사로 쓰이는 방법의 하나인 ‘손 흔들기’가 이 행성에서는 ‘조용히 해라.’의 의미로 쓰이나 보다. 소녀는 눈을 가냘프게 뜨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꽃 몇 송이가 밟혔다.
“흠, 우리랑 다르게 생긴 게 전혀 없어.”
“그렇지? 나도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그 사실에 놀랐어.”
“왜 반말? 지구인들에게는 내 얼굴이 매우 어려 보이나 봐요?”
“불쾌했다면 미안하군요.”
“난 17송이라고요.”
“송이?”
“나름 이곳에선 고학년이라고요.”
“지구랑 비슷하네. 지구에서는 나이를 송이가 아니라 ‘살’로 부른답니다.”
“와 그럼 나 지구상에선 17살인 거예요?”
소녀는 굉장히 신기해하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었다. ‘애들한테 말해줘야지.’를 중얼거리는 걸 들었다.
이곳, 지구와 굉장히 비슷하다. 하늘이 검붉고, 산소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저기요. 그럼 당신은 몇 살이에요? 나보다 몇 송이가 더 많나요? 아니 몇 살”
“학생보다 많다는 것만 알아두면 좋겠군요.”
“으, 말투. 그냥 반말하세요!”
소녀는 오글거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문득 릴리와 qs-1이 대화하는 것이 신경 쓰였다.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