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or BACK
스토리텔러 : 김주원
릴리는 뚫어져라 qs-1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 참에 dt-2가 다시 그녀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떤 소녀를 만났어요. 성격이 굉장히 쾌활하던데.”
dt-2의 질문으로 릴리의 깊은 눈은 qs-1에게서 시선을 뗐다.
하지만 qs-1는 여전히 릴리를 바라보고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언가 차갑게 느껴졌던 방 안의 공기를 그녀가 다시금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꾸었다.
dt-2는 잠시 의아했지만, 방금 만난 소녀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했다.
qs-1는 그 소녀가 아직도 밖에 있는 것인지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 그 여자아이요? 맞아요. 굉장히 쾌활한 친구예요. 정도 많죠."
"hidden planet에 살고 있는 12명 중 한 명 인가 보군."
dt-2는 qs-1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탐사선에서 잠을 자기는 불편하지 않나요?”
“이곳에서는 헬멧을 벗을 수 없어서 이게 더 불편하네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릴리는 qs-1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씰룩거리는 입술을 다시 바로잡으며 싱긋 웃었다.
“저도 오늘은 탐사선에서 자는 게 좋겠군요.”
“방이 따로 준비되어 있어요. 언제든 탐사선에서 자는 게 불편하다면 말씀하세요.”
qs-1과 dt-2는 릴리의 방에서 나왔다.
qs-1은 나가기 전에 릴리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탐사선에 올랐다.
그 둘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헬멧이 나뒹굴렀다.
“어쩔 거야?”
dt-2는 살짝 땀에 젖어있는 앞머리를 훌훌 털었다. qs-1은 쓰고 있던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이 행성. 그리고 릴리. 기분이 나빠.”
“아까 전에는 신나게 얘기하더니. 그새 마음이 바뀌셨나?”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좀 삼가지 그래. 머리가 아프거든”
“머리는 왜 아픈 건데?”
계속되는 dt-2의 질문에 그는 기분이 언짢아졌다.
눈을 감았다 뜰 때 마다 릴리의 깊은 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모든 걸 꿰뚫어보는 그 눈빛.
dt-2가 그녀의 방에서 나갔을 때, 그녀의 눈빛은 바뀌었었다.
dt-2는 흐드러지는 꽃밭과 소녀를 생각했다.
그리고 방에 다시 들어왔을 때 알 수 없는 미묘한 신경전. 차가운 공기.
이 둘은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