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 김주원
나는 아영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저주와 악담을 그놈 앞에서 퍼부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호탕한 웃음뿐이었다.
차갑게 아영이의 사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내 시선도 아영이의 사진과 함께 툭 떨어졌다.
조도현은 내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눈, 지금 정말 아름답다!”
나는 눈물이 아른거려 그놈의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내 머릿속에는 아영이의 커다란 입과 굴곡진 입술만 떠올랐다.
“눈을 감는 고집만 안 피웠어도, 나는 네 동생에게 관심을 두진 않았을 텐데.
근데 막상 동생을 보니까. 와-. 입술이 참 예쁘더라? 유영이는 눈이 예쁘고,
아영이는 입술이 참 예뻐. 파도 같아”
조도현은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래서 가져야겠어. 또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어.
그 입술을 가지지 않으면 난 너무 속상할 거 같아.“
“동생은 건들지 말아줘. 내가 네 옆에서 평생 눈을 깜빡일게. 그럴게!”
“유영아 슬퍼하지 마. 그럼 나도 속상해. 너 보는 앞에서 네 동생을 죽이진 않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설마 그러겠어? 죽이게 되면 조용-하게 죽일게. 걱정하지 마“
한 번 더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또 나왔다.
웃음소리가 내 몸을 감싼다.
정신을 잃었다.
잠시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조도현이 아영이의 사진에 입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뒤져버리라고 웅얼거렸다.
조도현이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 눈에 입을 맞추었다.
“많이 사랑해 유영아.
수집품으로 네 눈을 갖게되면 이름을 백합으로,
네 동생 입술의 이름은 프리지아로 지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