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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주원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는 dt-2도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탐사선 내에 구비되어 있는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멸망해가고 있는 지구를 생각했다.
바깥의 상황을 볼 수 있게끔 탐사선 내의 작은 블라인드를 걷어냈다.

이곳은 아름답기도, 무섭기도 한 꽃들이 자기 스스로 발광을 하며 우두커니 심어져있다.
꽃이 혼자 빛을 내고 있다니. 어두운 곳은 한없이 어둡지만, 꽃이 있는 곳은 너무도 밝아 낮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때 내가 보고 있던 꽃들 사이에서 어떤 형체가 우두커니 서 있다. 
나는 무얼까 싶어 벗어놨던 안경을 다시 쓰고 자세히 그 형체를 쳐다보았다.


여자⋯⋯? 인가.

그 형체는 점점 다가와 결국은 내가 보고 있는 조그만 창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 코에 비해 큰 입은 웃고 있지 않았다.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기에, 지금 내 눈 앞에서 눈을 들이밀며 내부를 살피려는 이 여자아이는 나를 볼 수 없다.

“안에 아무도 없나?”

 

중얼거리는 여자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시 보니,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자잖아.

괜찮겠지.

나는 옷과 헬멧을 재빠르게 입고 탐사선 밖으로 나왔다.

흠칫 놀라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는 저 여자애. 나이는 18살 정도 돼 보인다.
dt-2가 말했던 여자아이가 쟤인가.

“어! 아저씨. 아까 제가 했던 말 말인데요⋯⋯.”
“무슨 말?”
“존재를 알 수 없⋯⋯, 어? 다른 분이시네.”

 

dt-2와 나는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에 이러한 반응은 낯설지 않다. 
아무래도 헬멧을 쓰고 있어서 분별하기 힘들겠지.

 

“넌 누구지?”
“어⋯⋯.”
“말하기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돼.”
“아니, 그게 아니라 말해 주고 싶은데요. 제 이름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름을 모른다고?”

 

여자아이는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것이 민망한 듯 보였다. 

“아까 만났던 아저씨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러 왔어요.”
“아, dt-2. 넌 이름을 왜 지으려고 하는 거지?”
“아까 그분이랑 이야기하면서 생각했어요.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그걸 왜 모르는 걸까.

                                                 그래서 저 자신이 희미해 보였어요. 그래서 선명해지고 싶어서⋯⋯.”
“선명해지고 싶어 이름을 갖고 싶다라. 괜찮다면 내가 지어줘도 될까?”

여자아이는 미심쩍어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곤 마음을 다잡은 듯 
“네!”라고 외쳤다.

​이 여자 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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